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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남CBS, 라디오] 지역에서 청년들이 살아간다는 것
작성자 전남여성가족재단 등록일 2022-05-03

2022- 03 - 23() 전남CBS, <시사의 창, 임종훈입니다> '오늘의 세상읽기'

전남여성가족재단 안경주 원장 컬럼

FM 102.1MHz(순천 89.5MHz), 모바일-CBS레인보우 애플리케이션 이용(전남CBS 설정) 



 [지역에서 청년들이 살아간다는 것]



❏ 322일 전남여성가족재단은 지역 청년들의 공론장으로서 ‘22년도 제1차 전남성평등포럼을 열었다. ‘#이여자#이남자#꿈꾸다#외치다#나누다라는 주제의 라운드테이블에서 20대 남녀 청년 6명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선정국의 정치적 프레임 속에서 마치 고유한 동질의 집단으로 명명되었던 특정 연령대의 젊은이들, 하지만 이들은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이해, 그리고 삶에 대한 서로 다른 기획들이 있었다. 더불어 생애주기의 다른 과정에 놓여있는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청년들이 소통할 자리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모두들 기뻐했다.


❏ 이날 청년들의 라운드 테이블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전남 신안으로 귀향하여 현재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청년은 지역의 다양한 청년정책에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킹과 청년들에 대한 멘토링이 아쉽다고 이야기한다. 혼자서 동떨어져 외롭다는 이야기도 말이다. 전남청년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마을로 프로젝트를 통해 직업을 갖게 된 두 청년의 이야기도 있었다. 인턴십을 거친 뒤 사회적기업과 IT기업에 입사하게 된 이 청년들은 청년주거지원비와 청년디딤통장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일하고 정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청년정책은 수도권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청년대상 정책정보가 잘 전달되는 수단으로 SNS와 같은 매체도 도움이 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보다도 개인의 연결망, 공동체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의 추천이 가장 강력한 홍보가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역의 청년공동체,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모임들, 멘토링을 할 수 있는 연계 등 지역에서 청년들이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모임이나 공동체의 활성화가 매우 필요한 것임을 절감하는 자리였다. 더불어 지역에서 청년들이 직장을 잘 구할 수 있기 위해서 전남의 중소기업 정보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 당사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참석자 중에는 대학 재학 중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하고, 이를 위해 투쟁했던 청년도 함께했는데,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십니까의 운영자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단톡방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을 고발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성범죄 피해자의 지난한 투쟁기는 필자에도 큰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회복과 생존을 돕는 공동체와 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대체로 성차별의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남성 청년에 비해 여성들의 일상은 늘 생존을 위협받고 투쟁해야하는 일이 되고 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한 여성 참가자는 지금까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면, 이미 특권을 누린 겁니다.’라는 말로 남녀가 놓여있는 불평등의 지형을 설명했다.


❏ 작년에 재단이 실시한 [전남 양성평등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전남의 20대 성평등 인식과 실천에 관한 양상을 보면, 여성 응답자의 60% 이상이 현재 전남의 상태를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본 것과 대조적으로, 남성 응답자의 60% 이상은 현재의 상태를 양성평등하거나 오히려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남성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20대 남성은 60% 정도가 동의하고 있지만, 20대 여성은 4.9% 만이 동의를 보인다. 20대 여성의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거부가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성의 가부장적 관념 및 실천체계에 대한 거부 경향이 가장 강한 집단은 20대 여성으로 향후 이들의 경제, 사회 참여 및 결혼, 출산, 양육과 관련한 선택과 패턴이 사회의 주요 변화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그러나 20대 남녀 모두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것도 괜찮다라든가 결혼을 하더라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60%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결혼과 가족구성에 관해서는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다. 20대 남성은 남성 내 다른 연령집단에 비해 가족 가치관 및 성역할에서 상당히 유연한 인식을 보였는데, 특히 가사와 돌봄에서는 성평등한 인식과 실천을 지지하는 등 가부장적 인식은 상당히 약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직업에는 남성의 일과 여성의 일이 따로 있다는 견해에 대한 동의 비율은 40%로 나타나 성역할 인식 상에서 모순을 드러낸다. 이는 가정 내 성역할에 대해서는 공평한 분담을 지지하면서도 공적 영역에서는 여성과의 경쟁이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양성평등 정책에 대해서 응답자 대부분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 경제발전, 개인의 삶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양성평등의 촉진을 위해 남성이 가사 및 돌봄의 책임을 분담하고 성차별적 언행을 제지하는 등 적극적인 실천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 20대 대통령 선거를 마치며 새로운 정부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우리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가 청년정책과 성평등 정책을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청년들이 돌아오는 전남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성평등한 전남에서 남녀가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청년들이 모일 수 있도록 장을 만들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함으로써, 청년들이 공론장에서 긍정적인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기성세대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