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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남CBS, 라디오]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데 여가부를 폐지하라고?
작성자 전남여성가족재단 등록일 2022-05-03

2022- 03 - 15() 전남CBS, <시사의 창, 임종훈입니다> '오늘의 세상읽기'

전남여성가족재단 안경주 원장 컬럼

FM 102.1MHz(순천 89.5MHz), 모바일-CBS레인보우 애플리케이션 이용(전남CBS 설정)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데 여가부를 폐지하라고?]


❏ 여러 가지 의미로 끔찍한 세상이다. 미제 사건인 13년 전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가 작년 말 90대 노인을 성폭행하려던 그 50대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 피해자가 운영하던 구멍가게에 술과 담배를 사러 왔던 면식범, 동네 사람이었다. 이 마을 가구 중 절반이 홀로 사는 여성 노인가구이다. 지난해 말 생긴 이 일로 인해 사건 이후 날이 어두워지면 이웃의 집에 가 함께 잠을 자거나, 잠자는 머리맡에 칼과 낫을 두고서야 겨우 잠이 든다는 보도를 접한다. 민주당 모 의원의 경찰청 자료 분석을 인용한 지난 보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노인 성폭행 사건은 매년 증가하여 3천 건이 넘었다. 유아와 아동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추적단불꽃의 폭로까지 상기시키면, 성폭력의 대상인 여성의 연령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2-3세 유아부터 9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성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어린 소녀와 여성들을 성적 노예로 만들어 성착취를 하고 불법 촬영 후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여성만이 피해자가 아니다 남성들 역시 디지털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고 이미 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불법 촬영된 영상물을 찾고 소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범인이라고 잡히면 초범이라고 풀어주기 바쁘고, 이런 사건을 전담하는 고급 로펌이 조직적 대처까지 해 준다. 친딸을, 여동생을, 조카를 성폭행하는 친족 성폭력 역시 심심찮게 등장하는 끔찍한 뉴스 중 하나이다. 우리는 흔히 위에 열거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정신병자나 성도착증 환자들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흔히 말하는 버젓한 학생이고, 누구의 아버지이고, 공무원이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멀쩡하다는 사람들이다.


❏ 한국사회의 성범죄는 나날이 늘어가고 여성과 남성들은 나날이 불안해간다.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들만이 아니다. 어린 소년도, 90대 노인도 불안한 사회이다. 이런 와중에 여성가족부가 그 소명을 다했다고 폐지를 하겠다는 거다. 그 기능을 타 부처로 이관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성폭력 무고죄는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제 성폭력 피해자가 신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피해자임을 제대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거다. 누구 편을 들어야만 하는 정치 논리가 만들어낸 여성만을 위한 여가부라는 이런 단순한 공식에서 제발 벗어나자. 여성은 당신들과 동떨어진 여성인가? 당신들의 어머니이고, 할머니이며, 누나이고, 여동생이며, 어여쁜 딸이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이다. 우리의 가족 구성원이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왜 이런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성원을 떼어내어 혐오하게 하는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그리고 그 문화논리에서 늘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여성들의 삶에 여전히 가해지고 있는 그 덮개들과 폭력들을 아직도 걷어낼 것들이 산재한데 지금 여가부 폐지를 논하는가.


❏ 지금까지 그나마 여성가족부가 있어서 성희롱성폭력을 범죄로 규정할 수 있었고, 그 많은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으며, 경력이 중단된 여성들이 사회에 다시 나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왔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UN과 국제기구는 우리나라가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성평등 수준이 낮아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난 수년간 권고해왔다. 연이어 쏟아지는 젠더 폭력과 그에 대한 미흡한 대응, OECD 국가 중 26년째 최악인 성별임금격차,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낮은 여성의 정치·경제적 지위, 여성 혐오문화 확대와 백래쉬 현상 등 아직도 해야 할 일,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다. 그런데 그나마 있는 국가예산 0.2% 미니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라는 것은 성폭력도, 성희롱도, 가정폭력도,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도 모두 내팽개치겠다는 이야기인가? 디지털 성범죄의 소비자이자 성적 혐오를 양산해내는 일베들의 주장을 받아 폐지를 논의하고 국가정책으로 삼겠다는 이 무서운 흐름이 두렵다.


❏ 정책의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담당 부처를 없애겠다는 발상이나 기능들을 쪼개 타 부처로 이관하겠다는 것은 약자 또는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대응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가 예산 0.2%에 불과한 미니부처로서 폭증하는 성차별, 성폭력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진심으로 의지가 있다면 성폭력 대응체계 및 성평등 추진체계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를 더욱더 강화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건설적인 논의라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시대착오적이며 무책임한 발상 대신 앞으로 새 정부와 각 정당은 성폭력 예방체계 및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할 방안을 국민 앞에 제시하기를 바란다. 어린 소녀부터 9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제발 성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 대책을 내놓으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