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남CBS, 라디오]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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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전남여성가족재단 | 등록일 | 2022-05-03 |
2022- 03 - 02(수) 전남CBS, <시사의 창, 임종훈입니다> '오늘의 세상읽기' 전남여성가족재단 안경주 원장 컬럼 FM 102.1MHz(순천 89.5MHz), 모바일-CBS레인보우 애플리케이션 이용(전남CBS 설정)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 코로나 팬데믹 2년 차를 지나오면서 학교와 일터, 사회적 공간인 ‘광장’에서의 삶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가정 등 사적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친밀한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다툼도 많아지고 있다. 2020년 이후 성폭력과 가정폭력이 증대되었고 스토킹이나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신종폭력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가부 폐지’를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단언과 ‘돈을 주지 않아서 생기고 있다는 미투’에 관한 이야기까지 ‘아무 말 잔치’가 난무하는 상황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 추운 겨울 슬러퍼만 신고 새벽 일찍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모녀의 아픔과 누군가의 폭력에 시달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어느 분의 이야기가 단지 개인적인 아픔이며 개인적인 다툼의 결과일 순 없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들이며 그 숫자는 지속적으로 어떤 구조적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때릴 수 있는 관행이 보장되었던 가부장제적 사회에서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개인적 갈등만이 아닌 성차별, 즉 남녀 간에 작동하고 있는 힘의 차이에서 오는 권력관계가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일련의 현상을 말해준다. 이러한 구조적 성차별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그 많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그리고 노인학대가 개인적인 문제일 수만은 없다. 대통령은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이의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집안일, 개인적인 일이라고 이제까지 방관하면서 수많은 여성이 구타와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 새 정부의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난무했던 ‘이대남’과 ‘젠더혐오프레임’에 가려졌던 성차별, 계층갈등, 세대갈등을 직시하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 건강한 방향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가부장제적 관행과 전통을 극복하기를 원하는 청년 남녀의 이야기에 주목하여 민주적이고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논의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하에서 극도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의 하중이 청년의 어깨에 지워졌다. 계층 갈등의 문제 역시 그들에게 첨예화되어 나타나고, 가족과 결혼에 관한 생각도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 복잡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무시하고 젠더혐오 프레임으로 덮어씌워서는 안 된다. 청년들에게는 가부장제적 관행도, 이 지독한 생존경쟁도 벗고픈 숙제이다. 그런 현실적 상황을 직면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구조적으로 찾아줄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그 해답을 알지 못하는 능력 없는 후보자들이 쳐놓은 혐오 프레임에 청년들의 마음이 무너진다. ❏ 2021년 청년들의 결혼과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높아가고 있다. 그 이유로 여성은 가부장제적 가정문화가 싫어서라는 응답이, 남성의 경우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을 들고 있다. 그리고 결혼은 더이상 표준 선택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그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합계출산율이 떨어지는 그 근본 원인에 대해 통찰할 줄 아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근대화 세대가 가정과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노동을 해야 했던 방식이 아닌,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세대이다.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일자리를, 그리고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생활, 또는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새 정부의 대통령은 남녀가 모두 일할 수 있고, 함께 아이와 가정을 돌보며, 그리고 함께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쉼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노동과 생활의 영역에서 차별이 없이 남녀가 함께 공존, 상생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생활문화가 만들어져야 젊은이들이 삶을 긍정적으로 기획할 수 있다. 생활 전반에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낸 국가일수록 출산율 걱정이 덜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 마지막으로 새 정부의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에 대항하여 여성의 사회경제적 참여, 민주적이며 평등한 가족생활, 그리고 폭력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해왔던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평가하고 보다 현실적인 강화방안을 내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양성평등기본법, 성폭력 처벌에 관한 법, 경제활동촉진법 제정 등 우리 사회 남녀의 인권증진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온 역사를 한순간에 모두 백지화하려는, 인권과 평등에 관한 어떠한 의지도 의식도 없는 후보자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힘겹게 쌓아 올린 성평등 사회를 향한 노력이 수포가 되지 않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낼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역사를 바로 볼 줄 알며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지니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대통령이 진정으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