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 메뉴 바로가기 사이트이용안내 바로가기


인터뷰‧기고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인쇄 QR코드 보기
인터뷰‧기고 게시판으로 제목,작성자,등록일,글내용 안내표입니다.
제목 [전남CBS,라디오]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데, 여가부를 폐지하라고?
작성자 전남여성가족재단 크리머스 등록일 2021-07-16

2021- 07- 014(수) 전남CBS, <시사의 창, 임종훈입니다> '오늘의 세상읽기'

전남여성가족재단 안경주 원장 컬럼

FM 102.1MHz(순천 89.5MHz), 모바일-CBS레인보우 애플리케이션 이용(전남CBS 설정)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데, 여가부를 폐지하라고?]​


❏ 정말 끔찍한 세상입니다. 90대 노인을 성폭행한 60대 남성, 그것도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 피해자가 운영하던 구멍가게에 술과 담배를 사러 왔던 면식범, 동네 사람입니다. 이 마을 가구 중 절반이 홀로 사는 여성 노인가구입니다. 이 사건 이후 날이 어두워지면 이웃의 집에 가 함께 잠을 자거나 잠자는 머리맡에 칼과 낫을 두고서야 겨우 잠이 든다는 보도를 접합니다. 통탄할 노릇입니다. 이런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닙니다. 모 언론사가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노인성 성폭행 사건이 3천 건을 넘었습니다. 폭력과 성적 대상화가 되는데 여성의 연령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유아에서부터 9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성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 어린 소녀와 여성들을 불법촬영하고 성적 노예로 만들어 성착취를 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고, 그렇게 불법 촬영된 영상물을 찾고 소비하는 너무나 많은 남성이 있습니다. 범인이라고 잡히면 초범이라고 풀어주기 바쁘고. 친 딸을, 여동생을, 조카를 성폭행하는 친족성폭력 역시 심심찮게 등장하는 끔찍한 뉴스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 열거한 이러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정신병자나 성도착증 환자들이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버젓한 학생이고, 누구의 아버지이고, 공무원이고... 시장이고, 군수였습니다. 멀쩡하다는 사람들입니다.



❏ 한국사회의 성범죄는 나날이 늘어가고 여성들은 나날이 불안해갑니다.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들만이 아닙니다. 90대 노인도 불안한 사회입니다. 이런 와중에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타 부처로 소관 업무를 이관하겠다는 대선 공약부터, 여성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조직에 불과하므로 없애야 한다는 무용론까지 다양합니다. 그나마 여성가족부가 있어서 성희롱, 성폭력을 범죄로 규정할 수 있었고 그 많은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대처가 있었으며, 경력이 중단된 여성들이 사회에 다시 나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왔습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 UN과 국제기구는 우리나라가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성평등 수준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수년간 권고해왔습니다. 연이어 쏟아지는 젠더폭력과 그에 대한 미흡한 대응, OECD 국가 중 가장 심한 성별임금격차,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낮은 여성의 정치·경제적 지위, 여성혐오문화 확대와 백래쉬 현상 등 아직도 해야할 일,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멉니다. 그런데 그나마 있는 국가예산 0.2% 미니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라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입니까? 성폭력도, 성희롱도, 가정폭력도,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도 모두 내팽개치겠다는 이야기입니까? 디지털 성범죄의 소비자이자 성적 혐오를 양산해내는 일베들이 하는 주장과 무엇이 다릅니까?



❏ 정책의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담당 부처를 없애겠다는 발상은 점점 심화되는 세대갈등과 여성폭력에 대한 대응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닙니다. 더욱이 국가 예산 0.2%에 불과한 미니부처로서 폭증하는 성차별, 성폭력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진심으로 의지가 있다면 성폭력 대응체계 및 성평등추진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를 더욱더 강화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건설적인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시대착오적이며 무책임한 발상 대신 앞으로 대선주자들과 각 정당은 성폭력예방체계 및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할 방안을 국민 앞에 제시하기를 바랍니다. 어린 소녀부터 9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제발 성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 대책을 내놓으라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