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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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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남 CBS, 라디오 칼럼] 노인학대예방의 날을 보내며
작성자 전남여성가족재단 크리머스 등록일 2021-06-18


2021- 06- 16(수) 전남CBS, <시사의 창, 임종훈입니다> '오늘의 세상읽기'

전남여성가족재단 안경주 원장 칼럼

FM 102.1MHz(순천 89.5MHz), 모바일-CBS레인보우 애플리케이션 이용(전남CBS 설정)

[노인학대예방의 날을 보내며]



❏ 6월 15일 어제는 전국에서 노인학대예방의 날 기념 행사가 열렸습니다.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가 노인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2006년 제정하였고, 우리나라는 2017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매년 6월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2047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이 노인 가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현재도 전라남도는 통계적으로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노인학대 사례들은 배우자로부터의 모욕, 위협, 비난 등 정서적 학대, 그리고 신체적, 정신적 손상과 장애, 고통 등을 유발하는 신체적 학대, 그리고 부양의무나 보호자의 책임을 거부하는 방임 및 유기 등으로 나타납니다. 노인 9명 중 1명이 이러한 학대에 노출되어 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합니다. 2019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근거하면, 아들과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60%를 넘어 가장 가까운 가족에 의한 학대가 심각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납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아동학대의 경우 역시 부모에 의한 가해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가정이라는 곳이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도 하지만 또한 가장 큰 갈등과 고통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가정 어디에서부터 손을 보아야 할까요.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폭력과 학대로부터 안전한 곳이 되게 할 수는 없을까요?

❏ 무엇보다도 가정 내의 인권의식이 높아져야 하겠습니다. 아이는 내 소유물이 아니며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바라보며 교육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겠고 존중받아본 사람이 또 다른 이를 존중하겠지요. 나이가 드는 부모님을 존경하며 존중할 수 있는 의식과 문화 역시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럴려면 기본적인 인권의식과 함께 민주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맺는 훈련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교육이 지식과 정보전달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데 기본적인 민주적 가족관계, 민주적 시민이 되는 교육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나이듦이 사회적으로 존중되는 사회적 토양도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생산 중심, 돈을 벌 수 있는가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자본주의적 가치 판단이라는 것도 사회적으로 재평가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우리 모두는 나이가 들어갑니다. 한 사회의 젊은이들의 미래는 바로 우리의 노인의 모습입니다. 한 사회가 희망이 있는가라고 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노년의 삶을 아릅답게 그릴 수 있는 모델이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많은 지혜와 생활의 경험이 있는 노인들이 존경받고 그들의 인권과 삶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젊은이들이 나도 저렇게 존경받으며 나이들어가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생애주기에 따른 역할과 존중이 사회적 제도와 정책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언젠가 나이들었을 때 바로 저런 삶을 살게 될 것이므로 현재의 삶을 안심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가치체계의 안정성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 네덜란드에는 호그백 마을이 있습니다. 여느 마을과 비슷한 평범한 마을입니다. 극장과 커피숍은 물론, 수퍼마켓, 음식점, 공원, 복지관, 미용실 등이 있습니다. 입주자들은 환의를 입거나 특별한 감시없이 평소의 생활하던 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농장에서 채소밭을 가꾸기도 하고 교회에서 예배도 드릴 수 있지요. 보조 간병인을 비롯한 직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설에서 입주자들이 길을 잃거나 혼란을 느낄 때만 개입하게 됩니다. 이 마을의 특징은 치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다른 입주자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친근감을 느끼고, 이를 통해 혼란, 공포, 분노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합니다. 주거 형태도 자신들이 살아왔던 방식의 주거와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 육체적으로 약해지고 정서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생애과정을 고려하여 노년과 장애인을 위한 주거 공간의 확립과 호그백 모델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은 치매안심 마을과 같은 사회적 배려 속에서, 안심하고 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합니다. 노인들의 지혜와 삶의 경륜이 젊은이들과 공유될 수 있는 사회적 공간과 신체적으로 약해지더라도 안심하고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가 장기적인 그림을 가지고 정착해갈 때 우리는 지금의 현재를 안심하고 꾸려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나이듦은 성숙해지고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년의 존재감이 더욱더 깊어지는 그러한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노년이 존중받고 존경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가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듦이 두려운 일이 아닌 삶의 완숙기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단계로 여겨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외 없이 모두 늙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